2017 03 04 의 일상의 기록

외할머니의 발이 부으셨다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발을 주무르셨다.

외할머니는 본인께서 '갈 때가 되서 이러지 않나 싶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셨다.

나는 눈물이 났다.

"남자는 울지 않아."

더불어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난 해 말 나의 '가짜 죽음'은 외할머니의 진짜의 '그것의 예정' 앞에서 아주 부끄러운 것이 되었다.

외할머니의 발은 정갈하고 예뻤다.

절대 그 나이의 발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머니는 그것이 하얀 피부의 힘이라고 했다.

외할머니는 내 피부를 칭찬 하셨다. 무척 하얗고 보기 좋다고.

나는 여드름이 군데군데 나서 볼품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수긍했다.

이석인 27세.

나는 아직도 이별하는 것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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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재수 중이다.

오늘은 토요일, 아버지가 차로 동생을 밤에 데리러 갔다.

동생이 무척 좋아했다.

어쩌면 내가 직접 주말에는 시간들여서 학원으로 행차하는 게 동생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동생은 너무나 작고 툭치면 날아갈 것 같은 데

세상의 인간들은 그에 비해 너무나 크고 거대해보인다.

나는 다행히도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 이므로 행인 들에게 이렇다 할 압박감은 느끼지 못하지만

동생이나 키가 크지 않은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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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나중에 되새김으로써 나는

"꼰대" 가 되고 싶지 않다.

꼰대가 된다는 건 정신적으로 늙어 신세대와의 격차가 난다는 뜻이다.

나는 항상 어리고 젊고 싶다.

신세대들과 공감하고 싶다.

나의 아이가 무언가를 말하면 나는 이에 공감하고 싶다.

이렇게 하루하루의 감정을 세세하게 쓰고 난다면 정말 어쩌면

이를 되돌이켜 봤을 때

계속 젊은 채로 있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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