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거리가 좀 된다 여기서
DDP 는 일단 건물이 겁나 이쁘기 때문에 데이트 장소로 좋고
전시도 자주 나온다.
사진 찍으면 어디가서 내놔도 꿀리지 않을 사진들을 뽑아 낼 수 있다.
스미소니언은 미국의 박물관 연합이고
얘네는 1년에 한 번쯤 사진 콘테스트를 여는 것 같다.
그 중에서 선별된 작품을 여기에 전시한 게 이번 사진전이다.
사진은 일단 자료만 있으면 무한정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진은 탄생과 함께 필름과 인화지와 인화기와 약품들만 있으면 무한 복사가 가능했지만
디지털로 주류가 넘어온 뒤로 부터는 거의 뭐 그냥 '자료'로서의 전산 형태로 무한정 복사가 가능하고 저작권만 따서 인쇄만 하면 되게 되었다. ]
당연히 오늘의 전시된 작품들은 뭐 원본 그런 개념도 아니고 취급 주의도 아니고 어디서 운반을 해서 가져와야 하는 것들도 아니고 당연히 그냥 데이터 받아서 인쇄해서 전시하면 된다.
과연 전시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 --
뭐 어쨌든 이를 통해 나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은 가능했고 무음 카메라 쓰라고 적혀있던데 그냥 찍었다 내 아이팟에 앱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 다 그냥 그냥 찍더라.
내 취향은 확실히 인물은 아니다.
큰 것. 겁나 큰 그랜드 캐년. 빙하
아니면 또 뭐냐 좋은게
상상도 못한 형태의 큰 것
옷감을 쫙 늘어 놓은 형태라던가.
특정 시간에만 찍을 수 있는 물에 대한 햇빛의 반사로 인해 나오는 환상적인 사진들
위장색 부엉이
노란색으로 화면 전체를 채운 크고 아름다운 단풍
사진기에 방수를 씌우고 렌즈를 반 쯤 잠기게 해서 찍은 사진
--> 물이 매우 맑아야 한다.
고양이 눈을 옆에서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
이 정도가 내가 이번 사진전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것들이다.
단순히 인간을 피사체로 잡은 것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환상적인 색의 옷을 입는 다던가
상상도 못하는 스타일 이라던가
이런 것들은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단순한 인간 그 자체나 그들의 '감정'을 나에게 사진으로 보여 봤자
나는 별로 감흥이 일지 않는다.
동물 그 자체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무언가 색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생물 그 자체가 경이로운 것이 아니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피사체를 찍은게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크고 아름다운 빙하는 언제나 내가 모르는 형태로 찍히니까 상대적으로 맘에 들기 쉽게 나온다.
사진을 반쯤 물에서 찍는 것은 상투적인 수법이지만 피사체만 괜찮으면 그리고 의미만 내포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내가 감탄 해줄 의향이 있다.
피사체가 대빵 큰 사진들은 풀프레임을 썼을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애초에 스미소니언에 나올 사진가 들이 크롭바디만 쓸 만큼 자기 장비에 인색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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